공복의 새벽 저녁을 먹지 않는 날은 쉬이 잠들지 못한다. 마음을 굳게 먹고 식이조절을 해보려하는데 이런 새벽은 실패의 핑계가 된다. 잠이 안와서 오래전 일기들을 거슬러 읽는다. 덜 자랐지만 아직은 반짝반짝하던 문장들. 일기를 쓰던 그때의 내가, 그때의 감정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오래 음악.. Melancholia 2019.11.1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일기를 쓰지 않았던-어쩌면 쓸 수 없었던 4년의 터울. 내게 다녀간 시간이 부려놓은 거대한 것들. 큰 산을 넘어보면 작은 골짜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듯 오늘의 슬픔에 비하면 고작 작은 생채기 같던 일들. 가장 큰 사랑을 곁에 두고 사랑을 갈구했던 어리고 어리석은 얘기들. 이제 진짜 사.. Melancholia 2019.08.27
언제쯤 요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 일은 타인의 일들을 해결하며 내 에너지를 바닥내는 일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내가 싫을 때가 많다. 바닥난 에너지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동안 정작 내 인생은 후퇴하고 있다. 이렇게 얼마를 더 버티면.. Melancholia 2015.10.13
2015 가을, 길목 그래서 문득 뒤돌아보면 내가 왜 여기 있나 의아해진다. 걸어온 길이 처음 본 길처럼 낯설다. 뭘 위해 여기까지 왔을까. 나는 왜. 싹을 틔운 의문들은 죽순처럼 자라나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긴 거대한 슬픔의 숲이 됐다. Melancholia 2015.09.20
연락하지말아요! 이곳에서 일을 하고부터 저녁 6시는 내 삶의 기준점이 되어버렸다. 6시 퇴근과 함께 나는 공적인 영역의 문을 닫고 지극히 사적인 시공간 안으로 들어간다. 퇴근 이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여가시간은 업무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해서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 Melancholia 2015.08.20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Melancholia 2015.08.16
무기력한 8월 내일에 대한 기대가 부질없고 자취방에 누워 혼자 잠을 청하는 일이 서러울 때. 고막이 터져라 우울한 노랫말에 빠져 음악 말고는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확신하는 때. 여전히 그 아이와의 기억에 괴롭고 아직도 제이의 곁을 맴도는 내가 한심해서 이렇게 살아가는 나의 끝엔 뭐가 .. Melancholia 2015.08.08
적당히 멀어지기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란? 눈에서 멀어지고 연락이 뜸해지면 자연스레 데면데면해진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넘쳐나는 수다나 잡담은 필요이상의 친밀감을 강요해 피곤하지만 말이 오가지 않으니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지고 그건 오히려 서로에 대한 궁금증.. Melancholia 2015.08.03
공허한 나날 집에 가면 뭐해요? 묻는데, 책 보고 영화 보고 주말엔 공연도 보고. 답하고 보니 한자릿수 산수식처럼 단조로운 일상. 혼자가 좋아요, 변명처럼 덧붙인다. 공허를 견디는 가장 단조로운 방식. 완전한 내 것이 없다. 무얼해도 남의 것을 빌린 것 같아. Melancholia 201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