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과 악연의 구분 문득 너와 그 아이 모두 이니셜 J로 시작한다는 걸 알았다. 내 인생에서 이니셜 J의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악연에 가깝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아픈 경험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준 것만은 사실이라 완벽한 악연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지.. 각자의 방 2015.04.06
꿈꾸는 사람 햇수로 14년. 오래된 메일들을 읽는다. 새삼스럽게도, 그 옛날부터 우리의 관계는 같은 형태로 반복되고 있었다. 여러 차례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은유적인 표현들로 마음을 드러내는 일을 회피하고 단호한 척하면서 여지를 남기고. 두 사람 다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였다. 그런 채로 참 .. 각자의 방 2015.03.18
거울 출근시간 알람처럼 켜놓는 드라마에 나오는 한 여자. 상대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것 사랑받고 싶은 나머지 사랑받고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 그러다 꿈에서 깨면 세상 혼자 비참한 것 그럼에도 미련하게 사랑을 구걸하는 것 상대의 사랑에 연연하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 그 .. 각자의 방 2015.03.04
시작하지 못한 시작 마뜩찮았던 금토 1박2일 신입생 OT를 다녀온 후 남은 주말은 엉망이 되었다. 시내까지 나가 일부러 공수해온 엽떡과 순수우유케잌이 단단히 얹혀 새벽에 게워내느라 눈물을 쏙 뺐다. 아플 것 같은 전조가 있을 때 괜찮다, 괜찮아질 거다, 속으로 되뇌곤 한다. 혼자살게 되면서 생긴 버.. 각자의 방 2015.03.03
데자뷰 '타이밍' 이란 핑계를 믿지 않게 되었다. "우린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소개팅남에게 완곡한 거절의 의미로 했던 말을 그가 내게 했다. 타이밍이란 두 사람에게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상대의 상황에 맞출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 각자의 방 2015.02.17
'너도결국외로웠던거지' 그 시간들을 후회하는 게 맞는지, 그조차 내 선택으로 존중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후회하면 스스로 비참하고 그렇다고 존중하기엔 그 시간들 자체가 비참하다.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은 없고 악연조차 어떤 의미를 남긴다 위로해보지만, 긴 세월동안 단 한번 솔직했던 그 말이 날카.. 각자의 방 2015.02.11
잠금 해제 그가 정말 사라져버린다면. 죽어버린다고 했던 게 처음은 아닌데 왜 매번 그 말이 불안한지 모르겠다. 나는 또 속고 있겠지. 어제의 무장해제가 후회스럽다. 해제와 잠금을 반복하는 마음. 그를 만나면 이것조차 다시 반복이다. 그를 진짜로 믿어도 될까. 좋아하는 마음은 아니어도 의리.. 각자의 방 2015.01.21
무례한 고백 그를 받아주지 않은 건 잘한 일이다. 오늘의 그는 내가 그동안 알아왔던 모습들 중 최악이다. 그게 연애감정이든 편하게 잘 수 있는 옛여자가 필요한 거든 적어도 시작하자, 말하는 수고쯤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자기 감정 얘기는 요리조리 회피하면서 내 마음을 시작의 이유로 두려는 .. 각자의 방 2015.01.20
컴백 유쾌하지 않은 가을이 왔고 그 가운데서도 가을을 타는지 책을 사고 글이 쓰고 싶고 우울하다, 깊이. 소개팅은 또 하나의 실패가 되겠지. 끊임없이 더해지는 소모적일 일들에 짜증지수가 폭발하기 직전이라 이 가을 모든 현상에 부정적이 되었다. 나는 나로 서 있고 싶어. 각자의 방 2014.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