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

독립기념일

푸른새벽81 2013. 8. 12. 02:48

 

 

2013년 8월 2일 금요일

 

 

그날의 심리적 독립에 대해 생각한다.

 

밤을 보낸 후 처음으로 미련없이 너를 보낸 날이다.

 

너는 내 것이 아니란 것쯤은

이미 오래 전에 스스로를 설득시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동안 머리로 아는 것을 가슴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걸 이제, 가슴이 받아들였나 보다.

 

아니, 어쩌면 좀 더 냉정하게

너와의 관계에서 좀 덜 상처받는 법을 터득한 건지도 모른다.

 

현관문을 나서는 너의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주면서도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은 네가 오래 머물다가는구나, 했었다.

 

네가 떠나고 잠깐 공허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눈물이 나거나 비참하지는 않았다.

 

향초를 켰고,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행운목을 보며

너 참 기특하다, 토닥였다.

녀석에 나를 투영하면서.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과

창문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높은 가지의 잎사귀들을

오래 바라봤다.

 

그것들은 아름다웠다.

 

눈부시게 빛나는 것과 흔들리는 것이 모두 그랬다.

 

사랑받은 지난밤의 영향일지도 모르고

내 내면의 키가 조금 더 자란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그런 내가 기특했다.

너를 담담하게 보낼 수 있는 내가.

 

 

며칠 후 네가 내 방의 전경 사진을 보내달라 했을 때

난 좀 짜증스런 기분이 들었고 그걸 숨기지 않았다.

 

"너 참 낯설다"

 

그래, 난 이제 달라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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