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

투덜이의 변명

푸른새벽81 2013. 10. 6. 03:13

 

 

 

 

 

나는 제대로 투정을 부리고 싶고

그걸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제대로 투정부릴 줄도 모르고

그걸 제대로 들어준 사람도 없어서

 

자주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언제나 아무 얘기도 시작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끊임없이 시작하고 시작하고 시작하는 거다.

아버지처럼.

 

아무 얘기도 시작하지 않은 것 같은 억울함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오랜 세월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것처럼.

 

가장 피하고 싶던 삶의 모델이 아버지였는데

그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강으로 버티고 있다.

 

누구나 그런 억울함쯤 가슴에 안고 산다 한다면

그래서 그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한다면

 

나는 조금 더 외로워지겠지.

변명 없는 침묵을 어깨에 이고서.

 

누구나 억울한 거라서

누구나 무거운 거라고

 

어쩌면 위로할 여유쯤 짐짓 부려보면서.

 

 

'각자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나는  (0) 2014.06.02
이 겨울의 유언  (0) 2013.12.26
소개팅  (0) 2013.08.12
독립기념일  (0) 2013.08.12
전잘못한게없잖아요  (0) 201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