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대로 투정을 부리고 싶고
그걸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제대로 투정부릴 줄도 모르고
그걸 제대로 들어준 사람도 없어서
자주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언제나 아무 얘기도 시작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끊임없이 시작하고 시작하고 시작하는 거다.
아버지처럼.
아무 얘기도 시작하지 않은 것 같은 억울함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오랜 세월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것처럼.
가장 피하고 싶던 삶의 모델이 아버지였는데
그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강으로 버티고 있다.
누구나 그런 억울함쯤 가슴에 안고 산다 한다면
그래서 그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한다면
나는 조금 더 외로워지겠지.
변명 없는 침묵을 어깨에 이고서.
누구나 억울한 거라서
누구나 무거운 거라고
어쩌면 위로할 여유쯤 짐짓 부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