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

데자뷰

푸른새벽81 2015. 2. 17. 21:47


 



'타이밍' 이란 핑계를 믿지 않게 되었다.

"우린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소개팅남에게 완곡한 거절의 의미로 했던 말을
그가 내게 했다.

타이밍이란 두 사람에게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상대의 상황에 맞출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는 말은
당신의 상황에 나를 맞출 의향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저 그는 나와 만날 마음이 없었던 거다.

데자뷰처럼 반복되는 핑계.

소개팅남에게 미안하다.
우연히 다시 마주쳤을 때 그가 환하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나는 바쁘기도 했지만 어쩐지 불편해서 짧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했다.
어쩌면 그 핑계가 그 사람에게 몹쓸 희망을 남긴 건 아닌지 모르겠다.

딴에는 상처주지 않고 거절할 말을 찾은 거였는데
이제 보니 참 비겁하고 편리한 핑계였다.

다시는, 타이밍 운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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