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

질투는 나의 힘

푸른새벽81 2013. 4. 27. 01:17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여행을 다녀온 후, 새삼 이 시를 찾아읽었다.

 

함양학회는 즐거웠지만 민망했고 설렜지만 절망스러웠다.

 

교수님은 "너의 타자는 너 자신 뿐"이라고 했지만

크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날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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