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왔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지해왔다.
함양학회에 혜미와 영은이가 아닌 아직은 조금 서먹한 애정언니와 가게 됐다.
만난 시간이 짧아서 잘은 알 수 없지만 언니는 특별히 까다로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의지했던 마음이 컸는지 걱정이 조금 앞선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틈에서 허둥대다가
나보다 더 낯설어할 애정언니를 못 챙기게 될까봐, 그래서 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길까봐.
확실히 트리우마다, 이건.
혜미가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문학기행에 혼자 가보겠다 말할 수 없는 것도 그렇다.
모든 것들이 다 두렵다. 혼자 해낼 자신이 없어.
교수님이 없는 학교를 생각할 수 없듯 모든 게 그래.
홀로서기 해야 하는데, 어쩌면 너무 늦어버렸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여전히 겁이 난다.
요즘 과사에서 틈틈이 일을 배운다.
복사기를 만지고 공문을 쓰고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얼마 안 있어 모두 혼자 해내야 한다는 걸 실감한다.
잘 해내고 싶은데 자신은 없다.
나는 왜 이리 겁 많고 물러터진 어른이 됐을까.
그럼에도 위안이 되는 건,
언제나 마음을 주는 일에 인색한 내게 비교적 좋은 인연들이 머물렀다는 것.
그러니 열심히 하면 더 나빠지진 않을 거라 믿고 싶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자주 무기력 속에 새벽을 맞는다.
이제 정말 논문을 써야 한다. 더 많은 것들이 닥쳐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