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와 통화를 하며,
다시 전처럼 좋아질 수 없단 걸 알면서도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마음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느꼈다.
다짐은 때마다 했지만,
그래서 이번도 지키지 못할 다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네가 내 목소리가 건조하다고 말할 때,
어쩌면 그건 전조였을지 모른다.
네 전화를 받는 일이 전처럼 신나지 않고,
무신경하게 해대는 여자얘기도 짜증이 난다.
무엇보다,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듣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너에게 뻗어있던 신뢰의 안테나를 부러뜨렸다.
여자와의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 구제불능 바람기보다도
내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는 태도가
너를 향해 있던, 가까스로 유지되던 미련의 감정을
툭, 끊어놓았다.
얼마 남아있지 않던 습자지 같은 미련이
오늘로서 끝났다.
참 오래, 지겹게도 오래 너를 좋아했다.
이제 너는, 내 역사 속에 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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