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푸른새벽81 2013. 6. 8. 13:32

 

 

 

하루만에 너에게 미안하다는 문자가 왔다.

나는 어쩌면 네가 먼저 연락을 해온 것에 안도했는지 모른다.

 

영화는 봤냐고 물었더니, 그럴리가 있냐고 되묻는다.

 

조금 마음이 풀리는가 싶었는데,

 

결국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다 했더니

'우울한 일이군' 이러고 있다.

 

남일 말하듯. 너 때문인데.

 

언제 맥주 마시며 이 영화를 함께 보자고 하길래

너랑 이 영화 안 봐, 하고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는 걸 인지시켜줬다.

 

너는 체념하듯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여전히 모르겠다.

네가 왜 미안하다고 말하는지.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연락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내가 작가가 될 때까지 참아보기로 했니?

나도 작가 친구 하나 둬보자, 농담하듯 한 그 말이

네 마음의 전부일 수도 있다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나는 네가 하는 거 봐서-하고

네 마음을 담보잡았다.

 

너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게라도 너를 붙잡아두고 싶었던 거겠지.

 

너는 아니라는 마음과 너여야 한다는 마음.

 

 

 

여수에 갔을 때,

분위기에 취하거나 술에 취해 너에게 연락하게 될까봐

스스로 매우 조심했다.

 

다행히 나를 통제할 수 있었지만,

 

보란듯이 카톡 프로필을 바꿔놓는 등의

유치한 마음의 줄다리기를 완전히 놓지는 못했다.

 

그래봤자 너와는 거기까지일 텐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너를 신경쓰는 일이 귀찮아진다는 것이다.

 

그 일요일,

네가 처음 영화를 보자는 뉘앙스를 남겼을 때

나는 정말 피곤하고 귀찮아서 약속을 잡을 수 없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답장을 보냈다.

 

너를 만나는 일보다 그 영화를 보는 일보다

침대에 누워 쉬는 게 더 좋았다.

 

그러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언젠가는 네 연락이 귀찮고 마뜩찮아

전화기를 꺼두는 날도 올 거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마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참 고맙다.

 

그게 참 다행이야.

 

 

'각자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10일과 11일  (0) 2013.06.12
여름이 시작되는 풍경  (0) 2013.06.10
안녕, 비포미드나잇  (0) 2013.06.02
나의 아킬레스건  (0) 2013.05.29
좋아하지 않아  (0) 201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