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ancholia

공복의 새벽

푸른새벽81 2019. 11. 19. 04:24


저녁을 먹지 않는 날은 쉬이 잠들지 못한다.


마음을 굳게 먹고 식이조절을 해보려하는데

이런 새벽은 실패의 핑계가 된다.


잠이 안와서 오래전 일기들을 거슬러 읽는다.

덜 자랐지만 아직은 반짝반짝하던 문장들.

일기를 쓰던 그때의 내가, 그때의 감정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오래 음악을 듣지 않은 것처럼 오래 일기를 쓰지 않았다.

여력이 없어 쓰지 못한 것에 가깝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내가 이런 일기를 쓰는 아이였구나,

이렇게 아팠구나,

많은 것들이 새삼스럽다.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난 후

지나간 절망들이 먼지처럼 보잘것없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그 절망이 내 문장이었음을 부인할 순 없다.


문득, 음악을 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처음 생각난 게 이소라였어. 내 영혼의 이소라-


음악만이 유일한 위로였던 그 시절처럼

그러다보면 다시 글이 쓰고 싶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절망으로 가득했던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소설이 쓰고 싶었고 끝내 탈고를 해내던 그때의 나는 그립다.



그리움에 떨궈진 한방울의 공허로 잠못드는 시간.

문장이 고픈 공복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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